지난 블로그에서 제약바이오 마케팅의 새로운 시도를 살펴 봤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정적인 화면과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차별화를 꾀하는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은 전략으로 디지털 흉내만 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디지털 시대에 제대로 된 디지털 마케팅을 하는 기업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같이 보시겠습니다.
사례 #4
디지털의 장점 중 하나는 드러내 놓고 소통하기 어려운 주제를 좀 더 편하게 다룰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익명성때문인데요.. 물론, 부작용도 많지만, 미국의 제약사 AMAG은 이 분야를 잘 살려냈습니다. 이 기업은 Intrarosa라고 하는 폐경 후 여성을 위한 성교통 치료제가 있는데요… 물론, 최근에 이 브랜드를 매각한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이 브랜드의 캠페인을 위해 여성들이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 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브랜드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통해 관련 질환의 증상을 설명하고,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증상과 비슷한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어떠한 개인정보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사다리 타기 게임하듯이, 자신과 비슷한 증상을 클릭하여 들어가면 유용한 정보를 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마케터들은 이 사례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례 #5
양극성 장애 (bipolar disorder)는 비정상적 흥분 상태와 우울 상태가 주기적으로 번갈아 나타나는 질병입니다. 보톡스의 제조업체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다국적 기업 Allergan은 양극성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상황을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한 캠페인을 기획했습니다. 오랜 논의 끝에 함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영상 광고가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는데요… 그 결과물이 아래의 영상입니다. 영상에서 한 여성이 탄 엘리베이터가 위-아래 층으로 빠르게 옮겨 다니면서, 여러 심리적 상황을 보여주는데요.. 잠깐만 봐도, 매우 효율적인 영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관련 영상을 YouTube를 통해 확산시키면서, 이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 용기내어 자신의 질환을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치료율도 대폭 높이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사례 #6
한국 영화들이 칸영화제에서 잇따라 수상하면서, 왠지 칸영화제가 부산영화제와 동급의 행사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 제작자들에게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은 평생의 기억이 될 만큼 영광스러운 기회인데요.. 조금 엉뚱하게 제약기업이 칸 영화제에 도전했습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호흡기와 관련된 질환입니다. 병이 심각해질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고, 아직까지 완치해 주는 치료법이나 약물이 없어서 평소에 위험성을 인식하고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흡연자들에게 더욱 그렇습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제약 대기업 GSK는 이 질환에 대한 인지도와 예방의 중요성을 전파할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메이저 기업이다보니,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 만큼 기업 인지도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는데요… 그 결과물이 아래의 영상입니다. 화지에 잉크를 떨어 뜨려, 입 바람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섭외해, 이 질환의 의미를 아주 고급스럽게 전달하고, 더불어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생명의 숨결, Breath of Life’라는 제목과 함께. 이 영상의 완성도는 2019 칸 영화제 광고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함으로써 크게 인정받았습니다. 제약마케팅의 한 지평을 연 의미있는 마케팅 실험입니다.
이상으로, 제약바이오 마케팅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다양한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한국의 사정에 맞게 적용해 볼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만, 관심있게 지켜보고, 시야를 넓히는 기회가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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