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비트코인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단번에 사로잡으며 크립토커런시는 지불과 거래의 대안으로 전세계에서 빠르게 자리 잡았다. 현재도 블록체인은 투자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든 transaction은 각 블록에 기록되고 복사되어 여러 노드(컴퓨터)로 분산되기 때문에 투명하고, 하나의 블록은 그 전과 후 블록들과 해시값으로 연결되어 있어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안전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수많은 앱이 출시되고 있는데 주로, 거래, 동의 및 계약, 추적, 결재등과 관련된 서비스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된 어플이나 서비스들을 산업군으로 나누어 활용 사례를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헬스케어만 살펴볼 것이라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회사 자산을 보호하려는 경우
2017년 10월, 화이자가 가짜약과의 전쟁을 위해 공급망(supply chain)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화이자는 오래전부터 가짜약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복제약이 많이 나온 최근에도 100억대 가짜 비아그라를 판매한 일당이 잡혔다는 기사를 접했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비아그라의 77%가 가짜라고 하니,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팔리는 가짜 비아그라를 다 합치면 오리지널보다 더 많이 팔릴거라 예상된다. 특허가 만료되었지만, 비아그라는 여전히 미국 단일시장에서만 연간 1조 가까운 매출($789mn in 2016) 을 달성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으로 인해 각 단계별 거래 정보가 안전하고 투명하게 기록되기 때문에 어디서 언제 생산되었고 판매되었는지 모든 정보가 트레킹되어 오리지널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 이 경우는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생산 및 유통과정을 블록체인으로 추적하는 서비스로서 명확하고 명쾌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가짜 비아그라뿐만 아니라 가짜 양주, 가짜 명품 등 가짜는 곳곳에 숨어있다. 이런 제품들이 블록체인 SCM(공급망)을 도입하면 가짜가 설자리는 점차 줄어드리라 생각된다. 소비자들이 좀 더 믿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도 건전한 소비풍토를 만들수 있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2. 빅데이터를 모아야 하는 경우
빅데이터로 오면 갑자기 비즈니스 모델이 복잡해지고 무슨 일을 하겠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블록체인 회사들이 ICO를 위해 계발한 백서를 읽어보면 거의 만능 서비스처럼 기술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서비스를 하나의 기술로 제공한다는 것이 과연 실현가능한가 싶을 정도이다. 초기 비즈니스 모델은 좀 더 예측가능하고 심플해야 성공가능성이 높은데 말이다.
대부분 질병 예방에 포커스하여, 수많은 환자나 일반인들의 유전체 정보를 모아 빅데이터로 만들어 질병 예측을 통해 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내용이 많다. 여기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도는 역설이 존재한다. 빅데이터가 되어야 질병 예측도가 높아진다. 지금은 데이터수가 적어 질병 예측도가 낮다. 그래서 코인이라는 인센티브를 주어 데이터를 모은다. 충분한 양이 모여야 비로소 질병 예측도가 높아진다. 이렇게 될때까지 많은 시간과 코인이 필요하다. 이런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수많은 병의원과 MOU를 맺기도 한다.
그러니, 질병을 예측해 예방해 준다는 이야기는 미래에 가능한 이야기다. 투자자라면 앞으로 이렇게 될 것이라는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지 이미 완성된 서비스에 투자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두번째 고려해야 할 내용은 모인 데이터의 질이 얼마나 높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보는 정직하고 심플하다. Garbage in, garbage out이다. 양질의 정보를 모으려면 많은 양의 질높은 병의원 진료검사 데이터가 필요하다. 현재 규제로 이런 환자 진료 및 치료 정보 유출은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환자가 정보 제공 댓가로 받은 코인 가격이 오를 것인가 하는 것이다. 가격이 안오르면 회사는 추후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수많은 환자들의 코인을 되사줄수 있을까? 이런 두려움을 안고도 사업을 할 수 있다면 진정 질병예방을 하겠다는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이고, 그렇지 않다면 사기꾼이다.
3. 환자들이 정보 주최가 되게 하려는 경우
사실 당장 필요한 기술은 환자들이 이병원 저병원 다니면서 똑같은 엑스레이를 여러번 찍는데 환자 진료 및 치료 정보를 어디서건 (환자 동의하에) 열람할 수 있다면 의료자원의 중복 및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이런 서비스는 규제로 인해 당장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규제가 풀린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환자들이 과연 자신의 정보에 ownership을 원할것인가? 자신의 질환에 대해 이해하고 이 정보를 적절한 기관이나 업체에 적절한 보상을 받고 제공할 수 있을까? 즉, 환자입장에서 정보의 decentralization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필자는 항상 궁금했다. 미국에 있는 patientlikeme같은 환자 단체가 한국에는 왜 없을까하고. 블록체인이 해결해 줄 수 있다면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환자들이 스스로 주최가 되기 위해 선행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일은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알아야 바뀐다. 그런데 한국은 여러 규제로 환자들에게 들어가는 정보가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질병이나 치료법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그럴 필요성도 못느낀다. 코인을 줄테니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운동을 하라는 보험회사의 요청이 안먹힐 가능성이 높다. 블록체인 회사는 도대체 어디에 이 정보를 팔아야 하는걸까?
금융과 함께 헬스케어 분야는 블록체인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TRUST가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이다. 산업계 전반이 보수적일 뿐만 아니라 규제도 많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다가 하나도 제대로 못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장기적으로 다양한 stakeholder들과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시장진입을 위해 중요하다.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단기간에 큰 성공을 바라고 헬스케어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길게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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