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처음 애플 맥킨토시를 계발한 1985년 경 인터뷰에서 직원들은 자신의 제품을 계발하기 위해 마켓 리서치를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리고 나서 12년 후, Business Week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다시 한번 더 이야기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당신이 그것을 보여주기 전까지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는 제품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신제품 출시를 철저하게 비밀에 붙인바 있다. 나는 스티브 잡스의 비밀주의를 이해할 것 같다. 다른 사람들 의견을 듣기 시작하면 새로운 제품이 아니라 개선된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또한 계발 과정에서 수많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혀 시작하기도 전에 진을 뺄 수 있다.
그보다 앞서, 이런 마켓 리서치 무용론은 자동차를 최초로 발명한 헨리 포드도 이야기한 바 있다.
“만약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다면,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 감을 믿을 것인가, 데이터를 믿을 것인가.
당연히 그들이 마켓 리서치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계발한 제품이 세상에 없던 제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애플폰과 맥북, 그리고 자동차이다. 최첨단을 걷는 사람들은 pioneer처럼 행동하고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천재적인 발상을 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런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범인인 대부분의 우리는 감과 데이터를 적절히 섞으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마켓 리서치는 필요할 때도 있지만 여러가지 한계로 인해 우리의 판단력을 호도할 때도 있다는 점을 알고 무조건 맹신은 금물임을 이해하자.
마켓 리서치 정의 및 방법
시장 조사는 마케팅 플랜을 작성하는데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전략의 방향을 세우고, 회사내 자원을 배분하게 도와준다. 그리고, 제품을 더 잘 이해하여 소비자에게 다 나은 방법으로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는 유용한 도구이다.
시장조사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정량적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정성적 방법이다.
예를 들면 자신이 전혀 모르는 시장, 신제품 시장에 새롭게 진입할 때는 정성적 방법을 사용한다. 즉, 전문가를 찾아가서 그 시장에 대해 배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런 시장 탐색적 방법들이 FGI(Focus Group Interview)나 델파이 기법(익명으로 전문가 인터뷰) 등으로 open question으로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여 최대한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 다음 과정이 정량적 조사로서 다수에게 질문지를 활용하여 정보를 취합한다. 이 때 정성적 방법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본인만의 가설을 설계한다. 즉,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시장조사이다. 본인의 비즈니스에서 결정적인 포인트들을 뽑아서 관련된 자료로 가설을 세운다. 가설이 없다면 시장조사를 시작할 준비가 안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정성조사부터 다시 시작하자.
가설을 세우는 방법을 예로 들자면, 만약 우리 제품 고객은 안전성보다는 효과를 중시할 것이다, 라는 가설이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안전성을 나타낼 수 있는 특성과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특성을 배치하여 고객이 어느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여러분은 가설이 맞는지 틀린지 확인할 수 있다. 그 후 관련 메세지를 통해 여러분 브랜딩을 강화하는 것이 전략의 실행단계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 플랜을 많이 작성해 본 사람들은 소위 촉이라는 것이 발달되어 있어 마켓 리서치를 하기 전에도 이미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예측하기도 한다. 마켓 리서치 결과물은 조사 질문지, 응답군 유형과 선정방법, 답변 취합방법 등 마켓 리서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 결과물의 quality가 좌우되니 첫 단추를 잘 꿰도록 하자.
물론 시장 조사는 단발성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추이를 살펴야 하니 시작할 때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양질의 질문지 계발이 중요하다.
2. 제약업계의 특수성
제약업이기 때문에 한계도 있다. 즉, 신제품 계발단계에서 특정질환 시장 포텐셜이 높고 고객의 unmet needs가 높아도 제품계발에 실패하면 시장에 내놓을 수가 없다. 치매가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수많은 치매 환자와 그들의 보호자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치료제 계발에 번번히 실패하고 있다. 만약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가 다수인 질병 대상으로 신약계발이 도깨비 방망이처럼 가능하다면 마케팅은 필요없다. 그 제품의 출시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냥 제품이 제품을 파는 것이다.
이렇게 운좋은 제품을 맡는 행운은 몇명에게만 돌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우리는 제품이 어떤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지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가 마케팅을 한다고 해도 필요없는 환자에게 사용할 일은 없기 때문에 공연히 쓸데없는데 힘 뺄 필요는 없다. 당뇨병약을 당뇨병이 없는 환자에게는 처방하지 않을테니.
시장조사를 진행할 때 부딪히는 어려움은 오히려 내부에 있을 수 있다. 영업사원들은 마케팅에서 진행하는 설문조사에 대해 부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본인 거래처에서 한 질문에 대한 고객 답변이 본인의 성과 평가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이 때 질책보다는 더 나은 성과를 위한 피드백 용도로 활용되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모든 거래처는 그 나름의 애로사항과 고충이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 담당자와 일대일로 비교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각 지역에서 우리 메세지나 제품 브랜딩에 대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추이를 더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3. 한계를 극복한 리서치 활용법
우리가 하는 리서치 대부분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이유는 만에 하나 있을 부작용 보고라든가 제품이나 회사명 노출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까봐 우려하는 것이다. 마켓 리서치를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면 안된다. 목적에 충실하자. 철저하게 시장정보를 얻기 위해 활용한다면 못할 이유는 없다. 즉, 환자들의 질환에 대한 이해도 및 병의원을 찾게 되는 경위, 질병치료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는 소스 등 물어본다면 알수 있는 내용은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할 뿐이다.
환자 조사가 필요한 이유는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서이다. 기존 고객만 조사한다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시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follow-up하는 것일 뿐이다. 시장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면 전체 시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볼 필요가 잇다. 해당 질환 환자들의 unmet needs를 이해하고 나서야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이 존재함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실제로 시알리스를 담당할 때 비아그라가 공략하지 못했던 시장을 확인하고 그런 unmet needs를 공략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적이 있다. 여러분이 환자를 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건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기존 마켓 리더가 강하다고 쫄 필요없다. 분명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고 후발주자라도 마켓리더를 제치고 성공할 수 있다.
현재 조사원들이 방문하여 질문하는 기법을 많이 활용하는데 이런 방법은 기간도 몇달이나 걸리고 비용도 수천만원을 상회한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율과 사용빈도를 생각했을 때 여러분들이 환자 대상 설문조사를 만들면 빠르고 저렴하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 예로 저렴하고 빠른 오픈 서베이라는 회사가 있다. 오픈서베이는 30만 패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국내 모바일 여론조사 시장의 80%를 자랑하는 모바일 설문조사 회사이다. (이 회사와 개인적 연은 전혀 없다.) 몇 십만원에서 몇 백만원으로 할 수 있고 온라인이기 때문에 빠른 답변을 얻을 수도 있다. 적극 활용해 보자.
그림2> 오픈 서베이 소개 (https://www.opensurvey.co.kr)
환자 대상 설문조사가 어렵다고 하지 말자. 돈이 많이 든다고 핑계대지 말자. 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유명한 온라인 마켓 리서치 회사 중 하나는 서베이 몽키이다. 이 회사의 CEO였던 데이비드 골드버그는 유명한 페이스의 COO인 셰릴 샌드버그 남편이었다. (현재는 고인이 되신 분이라 과거형이다.)
그림 3> 서베이 몽키
가끔 우리는 고객이 실제로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불일치를 목격한다. 숨겨진 needs를 얻기 위해 계발된 eye tracker를 활용한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이 특수 안경을 끼고 제품이나 진열대 배열을 보고 어디에 시선이 주로 머무는지 알 수 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실제 우리가 어떤 제품 디자인을 하고 진열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런 eye tracker를 활용한 방법은 약국에서도 OTC 약품을 배열할 때 활용가능하다. 물론 회사에서는 브로셔를 계발할 때 고객의 시선이 많이 머무는 자료를 확인하여 강화하거나 재배치 할 수도 있다. 사용법은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모르는 새에 수많은 마켓 리서치 대안들이 끊임없이 계발되고 활용되고 있다. 시장성까지 입증하고 있으니 우물안 개구리처럼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일하지 말고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자. 그런 노력이 여러분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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